허를 찌르는 낯선 만남, F&B 콜라보의 진화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2025년 9월 21일 일요일, 뉴욕에서는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어요. 그런데 평범한 마라톤이 아니라, 뉴욕 최초의 ‘베이커리 런(Bakery Run)’이었죠. 100명의 사람들이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있는 약 8개 지역 빵집을 에너지젤 스테이션 삼아 약 21km를 달린 거예요.
베이커리 런은 오전 9시 첫 번째 빵집, 브루클린의 ‘라 카브라’에서 출발했어요. 이후 2개의 빵집을 더 들렀다가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 맨해튼으로 가 맨해튼의 4개 빵집을 거쳤죠. 이후 다시 맨해튼 다리를 건너 마지막 빵집인 브루클린의 ‘라파르트멍 4F’에서 마무리했고요. 그런데 이 빵집들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에요. 각 빵집에 도착할 때마다 크루아상, 샌드위치, 컵케이크 등 맛있는 빵들을 먹으며 마라톤을 이어나갔죠.
이 행사는 코펜하겐과 뉴욕에 거점을 둔 F&B 미디어 ‘팁스터(TIPSTER)’가 주최했는데요. 지난 2월에 코펜하겐에서 ‘번 런(Bun Run)’을 주최한 데에 이어 두 번째로 빵과 마라톤을 결합한 행사였어요. 이번 베이커리 런은 모집을 시작하고 하루 만에 5천 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팁스터는 코펜하겐과 뉴욕에서의 성공을 교두보 삼아 앞으로 런던, 암스테르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이 행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해요.
팁스터의 창업자인 사이먼 에버스(Simon Evers)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제빵사들이 도시의 베이킹 문화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빵집이 이제 단순히 빵을 사는 곳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되어 가고 있는 거죠.
그 밖에 지금 뉴욕에서는 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뉴요커들이 뉴욕의 빵집을 호핑했듯, 우리는 뉴욕의 비즈니스 씬을 호핑하러 가 봐요. 들르는 곳마다 칼로리 대신 영감을 충전하면서요!
📍트렌드: 허를 찌르는 낯선 만남, F&B 콜라보의 진화
📍브랜드: 뉴욕의 뷰티 씬에서 한국의 ‘빙수’를 외치다
📍디자인: 칫솔 기능을 곁들인 장난감? 아이와의 양치 전쟁을 끝내다
[트렌드] 허를 찌르는 낯선 만남, F&B 콜라보의 진화
요즘 미국 식품 트렌드 중 눈에 띄는 점이 있어요. 컬래버레이션의 진화예요. 보통의 경우 식품 브랜드는 ‘맛’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 간에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에도 ‘어울릴 법한 맛’, 혹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을 구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하지만 이제 맛은 기본, 소비자들이 상상하지 못한 영역에서의 협업이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스낵, 음료, 식사, 술 등 경계를 넘나 들며 서프라이즈를 안겨주고 있죠.
예를 들어 볼게요. 슬슬 추워지는 시즌을 맞이해 미국의 대표적인 수프 브랜드 ‘캠벨스(Campbell’s)’가 손을 잡은 건 다름 아닌 ‘팹스트 블루 리본(Pabst blue ribbon)’이었어요. 팹스트 블루 리본은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시작한 맥주 브랜드로, 이번 협업을 통해 맥주 맛을 더해 풍미 좋은 수프 2가지를 출시했죠. 맥주와 수프라니,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에요.
간식과 음료 부문에서도 편견을 깨는 시도들이 있었는데요. 지난 8월 말 출시되었던 젤리 브랜드 ‘더 트롤리(The Trolli)’와 음료 브랜드 ‘마운틴 듀(Mountain Dew)’가 협업을 한 거예요. 그 결과 더 트롤리의 시그니처인 사워 브라이트 크롤러스 젤리 캔디에서 영감을 받은 음료와 클래식한 마운틴 듀의 맛이 나는 젤리가 출시되었죠. 이 과감한 크로스오버 협업은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제는 더 이상 음식이 맛으로만 평가되는 시대가 아니에요. 소비자들이 이미 원하고 있고, 예상가능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도 않고요. 대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 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이런 놀라움은 낙차, 즉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의 만남에서 기인해요. 앞으로 식품 씬에서는 또 어떤 낯선 만남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브랜드] 뉴욕의 뷰티 씬에서 한국의 ‘빙수’를 외치다
뉴욕에 ‘딸기빙수’ 립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 밖에도 수박빙수, 블랙베리 빙수 등 다양한 빙수에서 영감을 받은 립밤이 출시되었어요. 한글로 번역을 한 게 아니라 영어로 ‘Strawberry bingsoo’, ‘Watermelon bingsoo’ 등 ‘빙수’라는 보통 명사가 그대로 쓰였죠.
뉴욕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의 제품이냐고요? 아니에요. 뉴욕에서 시작된 뷰티 브랜드 ‘글로우 레시피(Glow recipe)’의 신제품이에요. 최근 K-뷰티를 모방하거나, K-뷰티 브랜드인 척 하는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글로우 레시피는 일찌감치 K-뷰티의 가치를 알아본 브랜드였어요. 2014년,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국의 스킨케어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자부하며 클린 뷰티의 길을 걸어왔죠.
글로우 레시피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틴 장(Christine Chang)과 사라 리(Sarah Lee)는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릴 때부터 한국인들의 스킨케어 루틴을 몸소 체험하며 자랐어요. 그녀들의 부모님은 저녁이면 냉장고에서 오이나 요구르트를 꺼내와 마스크팩을 만들어 피부를 관리하고는 했죠. 글로우 레시피가 아름다움에 접근하는 방식과 스킨케어에 대한 인식은 이런 경험에 기반해요.
실제로 글로우 레시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과일’, 그리고 ‘효과’예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과 순하면서도 강력한 활성 성분을 결합해 효과적인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데에 주력하죠. 빙수 립밤 이전에도 수박, 블루베리, 파파야 등 다양한 과일을 원재료로 한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였어요.
이에 더해 크리스틴과 사라는 미국 소비자들이 제품의 효과를 미리 이해해야만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제품의 컨셉만큼이나 제품의 효능을 끌어올리는 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요. 동시에 SNS와 광고에서는 ‘에듀테인먼트’적인 콘텐츠로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고요. 이렇게 효과가 널리 알려지다보면 미국에서 탄생한 K-뷰티가 역으로 한국으로 진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디자인] 칫솔 기능을 곁들인 장난감? 아이와의 양치 전쟁을 끝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양치질을 하게 만들려는 부모, 그리고 어떻게 해서건 양치질을 하지 않으려는 아이.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흔하게 겪는 상황일 거예요. 이런 육아의 고충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에요. 미국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하루에 3번, 양치질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해결책을 들고 나온 브랜드가 있어요.
소아치과 전문의 2명과 전직 카툰 네트워크 디자이너가 설립한 칫솔 브랜드, ‘밥시(Babsy)’예요. 밥시는 아이들의 구강 건강을 개선하려면 칫솔의 성능이 아니라, 양치질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존의 소아용 칫솔 시장은 더 나은 기술이나 사양에만 집중하고 있었죠. 아무리 좋은 칫솔을 개발해 봤자, 아이들이 거부하면 아무 소용 없는 데도요.
반면 밥시는 지루한 양치질을 ‘즐거운 놀이’로 바꾸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칫솔 디자인을 마치 레고처럼 아이들이 맘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처럼 디자인했죠. 밥시의 대표 제품인 ‘빌드 더 브러쉬(Build-A-Brush)’는 2개의 교체형 브러시 헤드, 1개의 나선형 코어, 그리고 6개의 비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아이들이 비트를 골라 나선형 코어에 돌려 끼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요.
6개의 비트는 웃는 얼굴 모양, 발 모양 등 다양한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요. 그리고 기본 스타터 팩에 포함된 비트 외에도 ‘요정 판타지’, ‘괴물과 영웅’, ‘귀여운 코알라’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의 비트를 추가할 수도 있죠.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개발한 거예요. 장난감인데, 칫솔의 기능을 곁들인 제품이랄까요?
밥시는 최첨단 기술 대신 아날로그적인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칫솔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 칫솔을 디자인했어요. 그뿐 아니라 칫솔에 끼울 비트를 고르고, 조립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감각과 지능을 발달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죠. 이처럼 부모와 아이 사이의 양치 전쟁에 필요했던 건, 성능 좋은 칫솔이 아니라 클래식한 장난감같은 칫솔이었던 거예요. 이처럼 문제해결의 단서는 사용자와 눈높이를 맞췄을 때 보이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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