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하룻밤을? ‘죽은 공간’에서 찾은 편의점의 미래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골목마다 하나씩 보이는 24시간 편의점. 우리의 일상에서 익숙해진 이 공간이 이제 성장의 한계선에 가까워졌어요.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업계는 2025년에 처음으로 점포 수와 방문객 수가 동시에 줄었거든요. 매장을 더 열 수도, 더 많이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어쩌면, 지금은 더 늘릴 때가 아니라, 다르게 바라봐야 할 때일지도 몰라요. 해답을 멀리서 찾을 필요 없어요. 편의점의 형태를 가장 먼저 발전시키고, 지금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나라, 일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거든요.
일본의 편의점은 상품만으로는 성장의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매대가 아닌, 공간에 주목했죠. 그러고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죽은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편의점을 업그레이드했어요. 이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 편의점 대표 3사가 있는데요. 이들은 각자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편의점의 다음 모습을 그려 나가는 중이에요. 어떻게냐고요?
자고 가세요, 로손
로손은 2025년 7월부터 편의점 주차장을 차박 시설로 대여하기 시작했어요. 1박 요금은 3,000엔(약 3만 원) 정도. 일본의 높은 숙박비와 비교하면 꽤 파격적인 가격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싸다고 해도, 정말 사람들이 편의점 주차장에서 잠을 잘까요?
의외로 배경에 설득력이 있어요. 일본의 캠핑카 보유 대수는 2024년 기준 16만 5,0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그만큼 차에서 잠을 자며 이동하는 여행자들도 함께 늘었죠. 하지만 막상 차박을 하려하면 문제가 있어요. 일본에는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거든요. 고속도로 휴게소 대부분은 차박이 금지돼 있고, 인기 있는 캠핑지는 자리 확보가 어려워요.
이런 상황에서 로손 주차장은 좋은 선택지가 돼요. 공식적으로 허용된 차박 장소라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주죠. 눈치 보거나 불안해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필요한 물건은 언제든 살 수 있고, 화장실 걱정을 할 필요도 없죠. 여행자들이 찾는 안전하고 편안한 조건을 다 갖춘 거예요. 그래서인지 주말 예약은 거의 항상 꽉 찰 정도예요.
이 차박, 편의점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예요. 큰 수익을 낼 순 없지만, 추가 비용과 리스크 없이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원래 비어 있던 야간 주차장을 그대로 활용하고 이미 근무 중인 직원도 있으니, 접객을 위한 추가 인력도 필요 없죠. 여기에 기존 차박 예약 서비스인 ‘RV 파크’ 회원으로만 이용을 제한해, 신원이 명확하고 트러블 이력이 없는 이용자만 받을 수 있어요. 그 결과, 서비스 개시 후 2개월간 문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해요.
또한 편의점 매출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죠. 숙박객은 잠만 자고 떠나지 않으니까요. 밤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 아침을 준비하며 편의점의 고객이 돼요. 실제로 이용자의 99%가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했고, 객단가는 일반 고객보다 4~5배 높아요. 편의점도, 고객도 모두 행복한 차박, 로손은 앞으로 이 서비스를 전국 3,000개 점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에요.
놀고 가세요, 패밀리마트
패밀리마트는 오래전부터 어떻게 하면 손님을 더 오래 머물게 할지 고민해 왔어요. 그리고 그 답으로 ‘놀이 편의점’을 시도했죠. 2025년 12월에 열린 ‘패미페스 2025’에서 패밀리마트는 약 16,400개 매장을 ‘리테일테인먼트’의 거점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어요. ‘리테일테인먼트’란, 상품을 판매하는 리테일 공간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단어인데요. 그렇다면, 패밀리마트가 선택한 엔터테인먼트는 무엇일까요?
패밀리마트는 우리가 잊고 지낸 추억의 공간을 찾아냈어요. 임대료가 오르고, 모바일 게임이 일상화되면서 하나둘 사라진 동네 오락실이었죠. 그래서 패밀리마트는 도쿄에 있는 2개 매장을 오락실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매장에 남아 있던 빈 공간에 최신 포켓몬 배틀 게임기 ‘포켓몬 프렌다’를 들여놓은 거죠. 그런데 이 게임기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에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화면을 공유하며 즐기는 협력형 ‘트윈 기기’죠. 스마트폰으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 덕분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발걸음까지 멈추게 해요. 이 포켓몬 게임을 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그런데 패밀리마트의 전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한발 더 나아가 게임과 상품을 연결했거든요.
매장에서 빵 3봉지를 사면, 한정판 아이템인 ‘스페셜 프렌다 픽’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 픽은 장식용 굿즈 이상이에요. 게임기에 꽂으면, 포켓몬을 더 강력한 모습으로 진화하게 하는 핵심 아이템이죠. 결국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 빵은 간식이 아니라, 승률을 높이기 위한 필수템이에요. 꼭 빵을 사야 하는 이유가 되죠.
여기에 또 다른 변화는, 아이와 같이 온 부모들인데요. 아이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 동안, 함께 온 부모들은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간식거리나 저녁거리를 고르게 돼요. 3분 만에 물건을 사고 나가던 손님이 30분 머무는 고객으로 바뀐 거예요. 편의점이 오락실이 되자, 체류 시간도 함께 길어졌어요.
맡기고 가세요, 세븐일레븐
편의점 안에는 손님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어요.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나 사무 공간처럼, 매장에 필요하지만 매출을 만들지 못하던 자리죠. 세븐일레븐은 이 공간을 방치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2025년 12월부터 약 2000개 매장에서 이 창고 공간을 여행자에게 개방하기 시작했죠. 바로, 수화물 보관 서비스로요.
물론,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코인락커는 지하철에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짐이 락커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대형 캐리어, 유모차, 골프백처럼 부피가 큰 짐들이 문제거든요. 그래서 세븐일레븐은 코인락커에 들어가지 않는 짐들도 맡아준다며 홍보해요. 게다가 거리마다 편의점이 있으니, 굳이 역내에서 락커가 어디에 있는지 헤맬 필요가 없죠. 24시간 운영하는 덕분에, 밤늦게라도 짐을 찾을 수 있는 장점도 크고요.
그런데 이 서비스의 핵심은 짐 보관 자체가 아니에요. 보관하러 온 사람들의 다음 행동에 있죠.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시선은 자연스럽게 음료나 간식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특히 무겁게 끌고 다니던 짐이 없어져 가벼워진 마음은 쇼핑을 자극하는 강력한 트리거가 돼요. 실제로 짐을 맡기거나 찾으러 온 고객이 추가로 물건을 구매하며 발생하는 매출이 적지 않다고 해요.
짐 보관은 그 자체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에요. 매장 안 소비로 이어지는 출발점에 가깝죠. 세븐일레븐은 짐 보관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추가 수익을 만들면서, 동시에 매장 매출까지 끌어올렸어요. 그런데 세븐일레븐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요. 한 번이라도 세븐일레븐에 짐을 맡겨본 여행객이라면, 이후 여행 중에 짐이 생기는 순간 수많은 편의점 중에 가장 먼저 ‘세븐일레븐’을 떠올리게 돼요. 이렇게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을 넘어서, 여행자들의 인프라로 자리 잡는 꿈을 꾸고 있어요.
이처럼 일본 편의점은 빈 공간을 재해석해, 편의점을 먼저 찾아가고 싶게 만들었어요. 이제 편의점은 물건을 사는 곳을 넘어, 머무르고, 놀고, 맡기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죠. 그들이 판매한 건 상품이 아닌 ‘편의’예요. 어쩌면 이러한 시도들은 편의점을 다르게 바라본 게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거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우리는 편의점의 빈 공간에서 어떤 ‘편의’를 판매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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