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켄이 서울의 초록색 옥상으로 브랜딩하는 법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색채 연구소 팬톤은 컬러칩을 통해 색을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해요. 이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색의 공용어’ 역할을 하죠. 특히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 컬러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해요. 2025년 올해의 컬러는 ‘모카 무스’였어요. 붉은 기 없이 부드러운 브라운 톤으로, 내면의 평온함과 자연과의 연결을 상징하는 색이죠.
그런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만의 색 코드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용달 블루’, ‘다라이 레드’, ‘마미손 핑크’, ‘양은 냄비 골드’, ‘식판 실버’, ‘쌈무 그린’ 같은 것들이에요. 인터넷상에서 밈처럼 시작된 이 컬러들은 한국의 일상적인 풍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어떤 색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죠.
예를 들어볼게요. ‘용달 블루’는 이삿날마다 골목을 누비던 용달차의 진한 파란색이에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이사 간다’는 활기와 분주함을 떠올리게 하죠. ‘다라이 레드’는 시골집 어디에나 하나쯤 있던 커다란 고무 대야 다라이의 선명한 빨강 색이에요. 특히 겨울 김장철, 배추와 고춧가루가 가득 담긴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지죠.
한편 ‘마미손 핑크’는 싱크대 앞의 형광 고무장갑을 떠올리게 해요. ‘양은 냄비 골드’는 라면 한 봉지를 끓이던 양은 냄비의 따스한 금빛이고요. 세월의 흔적이 묻은 이 색엔 왠지 모를 정겨움이 깃들어 있죠. ‘식판 실버’는 학교 급식실에 쌓여 있는 은빛 식판을, ‘쌈무 그린’은 삼겹살집에서 빠질 수 없는 초록빛 무 절임을 떠올리게 하고요.
이처럼 색은 단순한 시각 요소가 아니라, 한 사회가 공유하는 정서 코드예요. ‘용달 블루’나 ‘양은 냄비 골드’라는 호칭이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장면 속에서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은 브랜드나 콘텐츠가 색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점점 늘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 색만큼이나 그 색이 불러오는 ‘정서적 기억’이 중요해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색 중 하나를 마케팅에 활용한 글로벌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글로벌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이에요. 하이네켄이 주목한 한국 고유의 색은 ‘옥상 그린’이었는데요. 과연 이 익숙한 초록빛을 통해 하이네켄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함께 서울의 옥상 위로 호핑해 볼게요!
하이네켄이 서울의 초록색 옥상으로 브랜딩하는 법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은 멀어졌어요. ‘근접의 역설(Proximity Paradox)’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높은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도시가 오히려 정서적 고립의 중심이 되는 모순을 말해요. 일과 삶의 불균형, 디지털 기술의 발달, 1인 가구의 증가 현상 등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점점 더 외롭게 만들고 있죠. 하이네켄은 이 모순에 주목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던졌죠.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사람들이 서로 연결될 수는 없는 걸까?”라고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탄생한 캠페인이 바로 하이네켄의 ‘루프탑 리바이벌(Rooftop Revival)’이에요. 하이네켄은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에 맞게, 직접 나서보기로 했어요. 그 출발점으로 선택한 도시는 바로 서울이었죠. ‘가까이 있지만 멀다’라는 역설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도시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리고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짓는 대신, 도심 속 방치된 공간인 옥상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오래전부터 서울에 있는 많은 건물들의 옥상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옥상 그린(Rooftop Green)’색으로 칠해져 있었어요. 방수용 페인트에서 유래한 이 초록빛을 위에서 찍은 모습은 서울만이 지닌 시그니처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죠. 하이네켄은 이 익숙한 초록색 바탕 위에 브랜드의 상징인 레드 스타를 얹기로 했어요. 옥상 그린색과 빨간색의 조합은 보자마자 하이네켄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캠페인 실행 방식도 인상적이에요. 우선 위성 이미지 제공 업체 맥사(Maxar)와 협업해 서울의 녹색 옥상들을 고해상도로 포착했죠. 그리고 그 위에 빨간 별을 표시해 사람들에게 보낼 대형 초대장을 만들었어요. 이벤트가 진행될 3곳의 옥상은 맥사가 찍은 위성 사진으로 선공개 됐고, 행사에 당첨된 사람들은 안내받은 위치를 따라 직접 옥상을 찾아갔어요.
3일간 이어진 루프탑 리바이벌의 무대에는 서울의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했어요. 케이팝 그룹 세븐틴의 디노는 소규모 루프탑 공연을 열었고, 아티스트 차인철은 시민들과 함께 디자인에 관한 아트 토크쇼를 진행했죠. 셰프 조서형은 옥상 위에서 라이브 쿠킹 쇼를 열며 도시의 지붕을 식탁으로 바꿨고요. 세계적인 항공 사진작가 톰 헤겐(Tom Hegen)은 이 장면들을 포착하며,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인프라보다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그 결과 오랫동안 외면받던 서울의 옥상은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무대가 됐어요. 사람들은 함께 식사하고, 음악을 듣고, 워크숍에 참여하며 ‘타인과 교류하는 기쁨’을 누렸죠. 이는 하이네켄이 일관되게 지켜온 세계관을 새롭게 확장한 사례이기도 해요. 하이네켄은 같은 메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 왔거든요. 과거에는 서울에서 24시간 영업하는 빨래방을 축구 관람장으로 바꾼 ‘런드로 매치(LaundroMatch)’, 축구 팬들을 위한 셀프 무인 펍 ‘트러스트 바(Trust Bar)’ 등을 선보였었죠.
진정한 연결은 이렇게 ‘원래 있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때’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옥상과 옥상 그린 컬러에 새로운 시선을 더해 도시의 온도를 한층 높인 하이네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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