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눕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가구?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상하이 마스터예요.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상하이 샤메이 빌딩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어요. 1921년에 지어져 약 100년이 넘은 건물의 외벽 창문이 전부 액자 프레임으로 바뀐 거죠.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사진은 건물 전체를 뒤덮으며, 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어요.
도심 한복판에서 빌딩을 거대한 갤러리로 만들어 버린 주인공은 샤오미와 라이카였어요. 라이카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을 열면서, 역대 ‘샤오미-라이카 사진 공모전’ 수상작 중 일부로 건물 외관을 뒤덮은 거죠.
지난 4년간 두 브랜드는 협업을 통해 약 20여 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누적 판매량은 수천만 대에 달해요. 그러는 동안 사진은 더 이상 소수의 작가만이 다루는 예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확장됐죠. 이번 전시는 그 변화가 만들어낸 풍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줬어요.
특히 ‘백 년 된 건축물 위에 덧입혀진 일상 사진’이라는 장면은, 상하이라는 도시의 성격을 잘 드러내요. 상하이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적인 기록과 공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도시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도 한 가지 질문을 던져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속 일상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 것인가’ 하는 거죠. 그렇다면 오늘 우리도 이 사진전을 계기 삼아, 상하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호핑해 볼까요?
📍트렌드: 본품보다 갖고 싶은 사은품? 소비를 자극하는 새로운 무기
📍브랜드: 일단 눕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가구?
📍디자인: 예뻐서 샀지만 아까워서 쓸 수 없는 뷰티 제품?
[트렌드] 본품보다 갖고 싶은 사은품? 소비를 자극하는 새로운 무기
요즘 중국 소비 시장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어요. 본품을 사고 나서 덤으로 사은품을 받는 게 아니라, ‘사은품을 받으려고 본품을 사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브랜드들이 사은품을 단순한 무료 증정품이 아니라 소비를 움직이는 결정적 동인으로 전략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사은품이 브랜드의 정체성, 차별화, 소비 경험을 동시에 건드리는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그 사은품 전략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1️⃣ 팬덤을 사로잡는 ‘IP 컬래버레이션’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과의 협업을 통해 IP 파생 상품 제작해 사은품으로 주는 방식이에요. 팬들은 IP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 덕분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죠. 설령 본품이 필요하지 않다 할지라도요. 심지어 이런 경우 사은품을 중심으로 리셀 시장이 형성되기도 해요. KFC는 산리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세트 메뉴를 사면 ‘헬로키티 디지털카메라 장난감’을 증정한 적이 있어요. 세트 금액은 129위안(약 2만 5,800원)이었지만 순식간에 품절되면서 추후 60만 원이라는 고가로 재거래됐죠.
특히 IP 컬래버레이션 사은품은 판매 기간이나 수량을 한정해서 출시하는 경우가 많고, 공식 판매처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팬들에게 높은 구매 동기를 제공해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젊은 층의 관심을 활용해 인지도와 팬심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굳이 직접 IP를 개발하지 않아도, 협업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생기는 거예요.
2️⃣ 경험을 확장하는 ‘본품 연계 사은품’
본품과 함께 쓰면 더욱 유용한 사은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식음료 브랜드에서 흔히 쓰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커피 원액을 사면 유리컵을 준다든가, 조리용 소스를 사면 프라이팬을 주는 식이죠. 이렇게 본품과 사은품이 서로를 보완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사은품은 제품을 사용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장치가 돼요. 소비자는 별도로 도구를 구매할 필요 없이 제품을 바로 쓸 수 있고, 브랜드는 제품 사용 빈도를 높여 자연스럽게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죠.
3️⃣ 주목도를 높이는 ‘화제성 사은품’
생리대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드론, 액션 카메라, 캠핑 용품 등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은품을 주기도 해요. 본품의 퀄리티나 특징이 서로 유사하다 보니, 사은품을 브랜드의 ‘최종 차별화 포인트’로 만드는 거죠. 이렇게 쟁여두고 사용하는 필수 일상품일수록 효과는 더 강력해요. 본품 자체가 차별화되기 어려운 시장에서 사은품은 소비자 입소문과 SNS 확산을 일으키는 ‘바이럴 장치’가 되죠.
이처럼 사은품은 ‘덤’을 넘어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어요. 제품이 차별화되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사은품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이고, 소비자에게는 가격 저항을 낮추고 만족감을 주는 심리적 장치가 되기도 하고요. 다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허울만 좋고 품질은 떨어지는 사은품을 제공하는 실수는 해선 안되겠죠? 비용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 대상이 된 사은품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함께 지켜봐요.
[브랜드] 일단 눕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가구?
2024년에 직장인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유행어가 있어요. ‘반웨이(班味)’로, 번역하면 ‘직장 쩐내’라는 뜻이에요. 실제 냄새를 뜻하는 게 아니라, 출근만 하면 피곤이 몰려오고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직장인의 고단한 현실을 풍자한 표현이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체념만 하고 사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많은 직장인들은 퇴근 전후로 운동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있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그냥 푹 쉬고 싶다는 욕망이 공존하는 모순이 있는 거예요.
린지 가구(Linsy, 林氏家居)는 이와 같은 현대인의 복잡한 마음을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해서 위트 있게 시장에 대응하는 가구 브랜드예요. 긴장이 넘치는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질 좋은 회복’을 제공함으로써 가구의 또 다른 존재 이유를 만들어나가고 있죠. 가구의 기능적 측면을 뛰어넘어, 건강 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인데요. 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린지 가구는 집을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했어요. 가구의 제품 혁신을 통해서요. 예를 들어 린지 가구의 인체공학 매트리스는 1,000건 이상의 인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허리 지지 불균형 문제를 정밀하게 해결해요. 스마트 침대 프레임은 상황에 맞춘 조절 기능을 통해 독서, 요가 등 다양한 활동에 대응하고요. 그러니 누워있든 앉아있든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잘 될 수밖에 없죠.
본격적인 활동은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린지 가구는 현대인의 건강한 라이프를 돕기 위해 크로스오버 전략을 선택했어요.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헬스 앱 ‘킵(Keep)’과 협업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4억 명의 사용자 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현했죠. 물론 운동이 끝나고 나면 회복할 수 있도록 매트리스와 전동 소파를 출시해 일체형 홈 케어 경험을 제안했고요. 린지 가구가 ‘우리는 모든 가구가 보이지 않는 휴식 코치라고 믿는다’고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또한 린지 가구는 집 안에서의 회복 경험을 바깥으로까지 확장했어요. 타깃이 된 건 텐센트, 알리바바 등 대기업들이 몰려있는 지역인 선전이에요. 통근 요충지인 지하철역에 직장인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죠. 그러다 심지어 직장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어요. 레노버, 즈롄자오핀 등 8개 기업의 휴게실에 가구를 설치해 직원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거예요. 광둥성에서는 건물 바깥에 12m 크기의 초대형 매트리스를 설치하며 간절히 눕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모으기도 했고요.
린지 가구가 제안하는 편안한 경험과 정서적 메시지는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 연결을 강화시켰어요. 제품의 기능을 넘어서 감정을 자극하거나 경험을 제공하면서 브랜드를 향한 신뢰나 만족도를 높인 거죠. 그러자 린지 가구는 자연스럽게 현대인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이 됐고, 린지 가구를 향한 정서적 지지와 바이럴 효과도 커지기 시작했죠.
단순한 가구를 넘어, 직장인의 하루를 케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동반자가 된 린지 가구. 하루를 마친 뒤 이런 가구 위에 누울 수만 있다면 하루의 피로도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지 않나요?
[디자인] 예뻐서 샀지만 아까워서 쓸 수 없는 뷰티 제품?
중국 뷰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는 바로 화시즈(Florasis,花西子)예요. ‘동방의 메이크업(Oriental Makeup)’을 표방하며, 단순히 화장품을 넘어 예술 작품 같은 패키징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죠.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궈차오(国潮)’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화시즈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소장하고 싶은 ‘보물 같은 물건’으로 여겨질 만큼 특별한 매력을 선사했죠.
화시즈의 디자인적 차별점은 중국 전통문화와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에요. 서양식 미니멀리즘 대신 섬세한 문양, 상징적인 색채, 스토리가 담긴 조형미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죠. 덕분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시장 입지를 확보하며 중국 뷰티 업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오늘은 화시즈의 대표 디자인 제품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1️⃣ Blooming Rouge Porcelain Lipstick
화시즈의 대표작 중 하나는 정교한 조각 작품이 새겨져 있는 립스틱이에요. 빨간 립스틱의 둥근 표면에는 봉황, 꽃, 명화 등 중국 전통문화 소재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죠. 이는 주로 로고나 단순한 패턴 위주인 해외 명품 뷰티 브랜드와 뚜렷이 차별화되는 지점이에요. 화시즈의 화장품은 오히려 제품이 닳아 없어질까 봐 쓰기 망설여질 정도로 감상할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이죠.
2️⃣ Gold Filigree Peacock Face Powder
화시즈의 또 다른 대표작은 Gold Filigree Peacock Face Powder예요. A' Design Award에서 수상한 이 제품은 중국 전통에서 상징적 존재인 ‘공작’을 화려하게 담아냈어요. 세밀한 금세공 기법(filigree)을 활용해 케이스 전면에 공작이 활짝 날개를 펼친 듯한 입체감을 구현했죠. 단순한 파우더가 아니라, 열어보는 순간 작은 보석함을 여는 듯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기도 해요.
3️⃣ Gold Love Lock Lipstick
A' Design Award의 또 다른 수상작인 Gold Love Lock Lipstick은 중국 고유의 ‘자물쇠’ 모티프를 활용했어요. 고대 중국에서 자물쇠는 영원한 사랑과 약속을 상징하는데, 화시즈는 이를 립스틱 패키지로 옮겨왔죠. 입술을 물들이는 화장품에 사랑의 상징을 결합한 점이 인상적이에요. 특히 금속 질감의 케이스와 정교한 패턴은 고급스러움과 전통미를 동시에 살려, 선물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처럼 화시즈는 단순히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라 보기 어려워요. 중국 문화와 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스토리텔러’ 역할도 병행하고 있으니까요. 제품을 여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하나의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화시즈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선보일지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오늘의 상하이 호핑 어떠셨나요? 뉴스레터가 재밌었다면 아래에 있는 '좋아요(LIKE)'를 누르거나, 친구에게 뉴스레터를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