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숙소가 된 고시원? 외국인 여행객들의 대안이 되다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홍대나 성수동을 걷다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과거에는 아시아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요즘 거리에서는 백팩을 멘 서구권 여행객을 자주 볼 수 있죠.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 변화가 더 분명해져요.
미국인 관광객의 경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2025년 상반기를 비교했을 때 50만 명에서 73만 명으로 증가했어요. 약 46%나 증가한 셈이죠. 유럽 관광객도 비슷해요. 주요 국가 관광객들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대부분 회복했고, 독일, 영국처럼 일부 국가는 오히려 그 수치를 크게 넘어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체류 기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제는 잠깐 들렀다 가는 여행객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손님이 늘어난 거예요.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미국 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은 12~14일로, 주변 아시아 국가 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인 3~4일보다 약 3.5배나 길어요. 여행이 길어지자, 방식도 달라져요. 쇼핑 중심의 짧은 일정보다, 구석 구석 동네를 걸어보고, 길거리에서 한식을 먹는 등 로컬 체험형의 여행을 더 선호하게 되죠.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한국을 찾을까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K-콘텐츠의 힘이에요.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K-팝과 드라마를 전 세계적으로 익숙한 콘텐츠로 만들었어요. 이제 서구권 사람들에게 한국은 더이상 멀고 낯선 나라가 아니예요. 콘텐츠 속 배경이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죠. 그래서 K-팝을 들으며 자란 세대는 콘서트와 성지순례를 위해 한국을 찾고, 드라마와 예능에서 본 동네를 여행 일정에 넣어요.
여기에 지금의 환율 상황이 불을 붙이고 있어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후반대까지 오른 지금, 달러를 쓰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마치 할인이 적용된 여행지처럼 느껴져요.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호텔, 식사, 쇼핑을 더 여유롭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연말, 연초에 방한 외국인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K-콘텐츠가 ‘가고 싶은 마음’을 만들었다면, 환율은 ‘지금 가야할 이유’를 만들어준 셈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난 관광객들은 어디에서 머물고 있을까요? 물론 호텔이 압도적이지만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고 있어요. 외국인들이 폐모텔과 고시원을 찾기 시작했거든요.
예를 들어 볼게요. 서울 노고산동의 한 모텔은 손님이 끊겨 문을 닫은 뒤, 현재는 ‘게릴라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 되었어요. 6층짜리 건물에 26개의 방이 있고, 공유 주방과 라운지, 세탁실이 붙어 있는 형태죠. 특이한 점은, 이 공간에 체류하는 사람은 전원이 외국인이라는 거예요.
운영사 ‘게릴라즈’는 서울 곳곳의 폐업 모텔과 여관을 매입해 리모델링해왔는데요. 현재 1~5호점의 평균 입주율은 95%, 약 120명의 외국인이 이 건물들에서 머물고 있죠. 국적을 보면, 프랑스, 미국, 독일 순으로 많고요. 입주 목적은 관광,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나뉘죠. 이들은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요?
장기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에게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는 비용 부담이 커요. 그렇다고 원룸을 계약하기에는 보증금, 중개 수수료, 계약서 등 현실적인 장벽이 많죠. 반면 코리빙하우스 같은 선택지는 보증금 부담이 거의 없고, 여권과 간단한 서류만 있으면 입주가 가능해요. 가구와 가전, 공용 공간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어서, 바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호텔보다는 저렴하고, 원룸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은 중간 지대가 생긴 거예요.
여기에, 조금 더 극단적인 형태는 고시원이에요. 원래는 시험 준비생을 위한 작은 방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장기 체류를 시작할 수 있는 숙소 옵션으로 재해석되고 있어요. 공간은 좁지만 필요한 가구는 기본으로 갖춰져 있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지낼 수 있죠. 그래서 요즘 노량진 고시촌에서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이처럼 한국인이 떠난 모텔과 고시원의 쓰임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어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합리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은 선택지가 되면서, 한국에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죠. 한국은 이제 잠깐 들렀다 가는 여행지를 넘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나라로 성장하고 있어요. 이 변화, 앞으로는 서울의 풍경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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