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에서 굿즈로 진화 중인 K디저트!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서울 마스터예요.
곧 가을이 다가옵니다.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손으로 옮겨 적기까지 하거든요. 말하자면 이제 가을은 ‘필사의 계절’이 되어가고 있는 거죠.
이런 변화는 서점 매대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여요. 신문 기사, 인생 시, 노래 가사나 부처의 말, 심지어 일본의 명카피까지 따라서 필사할 수 있는 필사 책들이 나와있죠. 단순히 읽고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손끝으로 새기며 내 것으로 만드는 필사는 장르가 세분화되어 ‘아날로그적 몰입’을 돕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필사템’ 시장도 함께 열렸어요. 오래 써도 손이 아프지 않은 만년필, 글씨를 써도 뒷면이 비치지 않는 전용 노트, 하루 한 장씩 채워 넣는 1일 1필사 다이어리, 책 페이지를 단단히 고정시켜주는 책 받침대까지 나왔어요. 필사는 도구를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까지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이 됐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필사가 유행하게 된 걸까요? 단순히 ‘디지털 피로 해소’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해요. 요즘 사람들에게 필사는 세 가지 코드로 읽혀요.
첫째, 셀프 브랜딩. ‘내가 베껴 쓴 문장’은 곧 나를 보여주는 새로운 콘텐츠예요.
둘째, 슬로우 레지스탕스. 초고속 스크롤링 시대에 필사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작은 저항과 같아요.
셋째, 마이크로 명상. 짧은 집중과 몰입이 주는 차분함이 일상의 잡음을 정리해 주죠.
한마디로 독서는 정보를 얻는 행위지만, 필사는 리듬을 바꾸는 행위예요. 다가올 가을엔 어떤 문장을 수집할지 기대하면서, 오늘도 서울로 함께 호핑 해볼까요?
📍트렌드: 철 지난 유행이 10년 만에 부활한 이유
📍브랜드: 나이 드는 재미를 가르쳐 주는 ‘에이징 디자이너’?
📍디자인: 과자에서 굿즈로 진화 중인 K디저트!
[트렌드] 철 지난 유행이 10년 만에 부활한 이유
아사이볼이 돌아왔어요. 10여 년 전, 슈퍼푸드 열풍을 타고 서울 곳곳을 점령했지만 금세 자취를 감춰버렸던 메뉴가 다시금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죠.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2025년 봄부터 ‘제2의 아사이볼 붐’이 일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아사이볼은 왜 사라졌고, 또 어쩌다 다시 부활한 걸까요?
우선, 사라진 이유부터 살펴볼게요. 아사이볼은 가격은 비싼데 한 끼 식사로는 포만감이 부족했고, 과일이나 초콜릿 등 토핑을 얹고 나면 생각보다 칼로리가 높았어요. 거기다 차갑고 시원한 이미지 탓에 여름철 한정 메뉴처럼 인식되며 반짝 인기 같은 느낌이 강했죠. 결국 ‘슈퍼푸드 붐’이 꺼지며 아사이볼 유행도 사그라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부활에는 다른 배경이 있어요. 첫째, ‘찍먹 문화’와 SNS 친화성이 부활의 중요한 배경이에요. 이제 음식은 섭취 대상을 넘어 ‘비주얼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예요. 보라색 아사이 퓌레 위에 알록달록한 과일과 그래놀라가 차곡차곡 쌓인 아사이볼은 마치 자연이 만든 팔레트처럼 보여요. 한 컷만 찍어도 건강, 힙함, 라이프스타일까지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찍고 먹을’ 가치가 있죠.
둘째, 카페 문화의 진화가 있어요. 카페는 이제 단순히 커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취향을 드러내는 무대예요. 그런데 커피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카페에서는 아사이볼 같은 글로벌 웰니스 아이템을 메뉴에 추가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카페에서 가볍게 한 끼 식사를 대체하려는 ‘스내킹’ 현상도 한몫했고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부터 동네의 개성 있는 카페까지 앞다퉈 아사이볼을 들여놓는 것도 같은 흐름이에요.
셋째, 저변과 접점의 확대예요. 건강을 챙기려는 흐름이 폭넓게 확산하면서 남성, 학생 등 새로운 소비층까지 아사이볼을 찾고 있어요. 예전엔 주 소비층이 20~30대 여성에 국한되어 있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이에 따라 과거에는 일부 프리미엄 카페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아사이볼을 이제 편의점, 배달 앱, 건강 간편식 브랜드 등 다양한 접점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어요. 니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진 거죠.
마지막으로, 계절성의 약화도 주목할 만해요. ‘여름 한정 차가운 디저트’라는 인식을 벗기 위해 핫 아사이볼, 단백질 바, 스무디 파우치 같은 파생 제품이 등장했거든요. 아사이볼은 더 이상 계절을 타지 않는 사계절형 웰니스 아이콘으로 진화 중이에요.
결국 아사이볼의 귀환은 건강 관리와 자기표현 욕구, 카페 문화의 진화 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시 힘을 얻은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과거엔 금세 사라졌던 아사이볼이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지 함께 지켜봐요!
[브랜드] 나이 드는 재미를 가르쳐 주는 ‘에이징 디자이너’?
‘나이 든다는 건 곧 잃어가는 과정’이라는 오래된 통념이 있죠. 하지만 서울 북촌에 자리한 5070 전용 문화 플랫폼 오뉴는 그 공식을 깨고 있어요. 오뉴는 시니어가 드로잉, 클래식 음악, 도슨트 수업 등 총 200여 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취향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에요. 온라인에서 클래스를 신청하면, 북촌에 위치한 오프라인 공간 ‘오뉴하우스’에서 소규모로 열리는 수업에 참여할 수 있죠. 말하자면, 시니어 전용 여가 OS인 셈이에요.
왜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냐고요? 과거에는 사람들이 시니어를 ‘돌봄이 필요한 세대’, ‘수동적 소비자’ 정도로 떠올렸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시니어는 가장 많은 시간과 자원을 가진 집단이에요. 유일한 문제는 은퇴 후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정작 그 시간을 어떻게 ‘나답게’ 채울지에 대한 인프라가 없다는 거죠. 이때 일종의 ‘컬처 갭’이 생겨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배울 통로도, 함께 즐길 동료도 부족한 거죠. 오뉴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지점이었어요. 단순한 취미 수업이 아니라, 시니어가 자기 취향을 새로 발견하고 계속 확장해 갈 수 있는 플랫폼을 깔아주기로 했죠.
물론 요즘은 시, 구에서도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죠. 하지만 오뉴의 운영 방식에는 이와 다른 2가지 혁신이 숨어 있어요. 첫째, 오뉴는 ‘복지관형 집합 수업’이라는 틀을 깨고, 소규모의 프라이빗 클래스를 제공해요. 만약 주민센터 노래 교실이 수강생 100명을 위해 평균적인 취향에 수업을 맞춘다면, 오뉴의 보컬 트레이닝 클래스는 단 6명에게 그들이 원하는 곡을 코칭 하는 식이죠. 이와 같은 개인 맞춤형 경험은 ‘존중받는다’는 감각을 불러일으켜, 자기효능감을 높여줘요.
둘째, 오뉴에서 제공하는 경험은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져요. 실제 수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해서 프로그램 간 연계성을 높이고 있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진 프로그램을 수강한 사람들은 이후에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사용법을 배우거나, 영상 제작 클래스로 취향을 심화시키는 식이에요. 이렇게 경험을 사다리처럼 연결하는 설계는 시니어가 단순히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도 성장한다’는 감각을 제공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오뉴의 진짜 가치는 지식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을 건네준다는 데 있어요. 시니어도 2030세대처럼 새로 생긴 베이커리에 가서 트렌디한 음료를 마시고 싶어 해요. 관심도로 따지면 젊은 세대 못지않지만, 아직 첫 발을 떼지 않았을 뿐이죠. 오뉴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는 자연스러운 니즈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창구로 기능해요. 그 결과 북촌 한복판에서 시니어가 함께 취향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고요.
시니어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큐레이션 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만든 오뉴. 한 달 이용객이 무려 9천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오뉴를 단순한 문화 브랜드가 아니라, 시니어의 삶을 다시 디자인하는 ‘에이징 디자이너’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디자인] 과자에서 굿즈로 진화 중인 K디저트!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귀국할 때 어떤 기념품을 살까에 관한 거예요. 요즘 그 답이 의외로 ‘디저트’에서 나오고 있어요. 약과, 떡, 양갱 같은 전통 간식들이 그저 먹는 순간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보관하고, 선물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형 오브제로 재해석되고 있기 때문이죠. 서울의 K디저트 브랜드들은 이제 맛뿐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 소장 가치, 그리고 문화적 기념성까지 설계하며, 디저트를 ‘먹는 문화재’이자 ‘감각적 굿즈’로 탈바꿈시키고 있어요.
서울의 K디저트가 단순한 간식을 넘어 굿즈적 경험으로 자리 잡은 건 우연이 아니에요. 눈으로 즐기고, 소장하고, 선물하면서 소비자는 단순히 ‘먹는다’는 행위를 넘어, 문화와 기억, 스토리를 소비하게 되거든요. 이에 더해 전통 디저트가 틴케이스, 플레이팅,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보관 가능한 경험’이 되면서, 외국인에게는 한국을 기억하게 하는 작은 오브제가, 국내 젊은 세대에게는 일상 속 소확행과 자기표현의 수단이 됐어요. 오늘은 K디저트의 대표주자 3곳을 만나볼게요.
1️⃣ 믜요
‘차와 디저트’의 조합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믜요는 개성주악, 흑임자 약과 등 전통 간식을 감각적인 색감과 형태로 새롭게 보여줘요. 매장에서 서빙되는 디저트들은 작은 조각조차 회화처럼 연출되어 있죠.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전통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플레이팅 아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전통을 오늘날의 미감으로 번역해, ‘찍먹 세대’를 끌어들이는 브랜드예요.
2️⃣ 연과점 하루
연과점 하루는 조선시대 문헌에 ‘부드러운 과자’로 기록된 전통 디저트 연과를 현대적으로 계승했어요. 특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신선하면서도 건강한 연과를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전통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서양 디저트의 기법을 활용해 만들어 젊은 층과 외국인 모두에게 어필하죠. 여기에 한국 보자기 패키지를 더해 디저트를 ‘풀고 열고 나누는’ 경험까지 선사하고요. ‘전통의 낯섦을 현대의 친숙함으로 번역한 케이스’라 할 수 있어요.
3️⃣ 카페 무원
팥 양갱과 약과 모나카 같은 메뉴는 한식과 양식 디저트의 교차점에 있어요. 전통 재료는 낯설지만, 모나카나 케이크 같은 친숙한 포맷 덕분에 외국인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죠. 테이블웨어 브랜드 ‘무자기’와 카페 ‘적당’의 콜라보 카페인 무원은 단순히 ‘퓨전 디저트’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들며 접근 장벽을 낮춘 브리지 케이스예요. 서로 다른 음식 문화의 언어를 하나의 디저트로 통역해 내고 있는 셈이에요.
결국 K디저트의 힘은 ‘먹고 끝나는 소비’에서 ‘보고, 만지고, 선물하고, 공유하는 경험’으로 확장된 데 있어요. 단순한 맛과 전통을 넘어서, 문화적 소장 가치와 브랜딩 잠재력을 갖춘 디저트로 재탄생한 거죠.
비즈니스적 시사점도 분명해요. 이제는 디저트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브랜딩 가능한 매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해요. 포장, 스토리텔링, 경험 디자인을 통해 맛을 넘어선 가치를 만든 브랜드들이 살아남고 있는 게 그 증거죠. 앞으로 K디저트는 과자와 굿즈 사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서울이 가진 문화 자산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핵심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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