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생폼사 일본 MZ세대가 7천 원짜리 미용실을 찾는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도쿄 마스터예요.
요즘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미용실이 하나 있어요. 여느 나라의 MZ세대가 그렇듯, 일본의 MZ세대도 유행과 자신의 헤어 스타일에 민감한 편이에요. 머리가 1cm만 자라도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며 미용실을 찾죠. 디지털 펌, 이너 컬러 등 트렌디한 시술에 대한 수요가 높고요.
이런 일본의 젊은이들이 최근 많이 찾는 미용실은 ‘헤어 살롱 이와사키(이하 이와사키)’예요. 이와사키는 1986년에 도쿄 지유가오카에서 시작해 창업한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미용실이에요. 현재는 일본 전역에 약 1,2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980엔(약 9,800원) 커트’, 심지어 평일 오전에는 ‘690엔(약 6,900원) 커트’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스타일보다는 경제적인 헤어 커트를 원하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미용실이에요. 지점 수가 많기는 하지만, 트렌디한 스타일이나 독보적인 서비스보다는 빠르고, 저렴한 시술로 유명하죠.
그런데 별안간 일본 젊은이들이 어떤 연유로 이와사키를 찾게 된 걸까요?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와사키의 염가 정책이 오히려 헤어 스타일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니즈를 채워 주었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늘 원하는 머리 길이와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은 일본의 MZ들이 헤어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만 다듬기 위해 이와사키를 찾는 거예요. 고작 머리카락을 몇 센티만 자르자고 스타일을 위해 찾던 미용실에 가기에는 가격적 부담이 커요. 이런 곳에서는 머리를 약간만 다듬는 데에도 몇 천엔(약 몇 만원)이 기본으로 들거든요. 반면 이와사키는 머리 자르는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커트 스킬이 좋은 경우가 많아요. 본사에서 커트 매뉴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커트를 하러 오는 고객의 수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탭의 기술이 능숙해질 확률이 높거든요.
역설적으로 헤어스타일을 타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저렴한 커트로 유명한 이와사키를 찾게 만드는 거예요. 실제로 이와사키를 이용하는 젊은이들은 최신 헤어 트렌드를 고가에 시술하는 미용실과 병행해서 이용한다고 해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뚝심 있는 가격 정책이 뜻밖의 니즈를 만나 호황을 이루게 되었어요. ‘조부모, 부모, 자녀 3대가 함께 찾는 가족 살롱’을 지향하는 이와사키의 뜻이 비로소 이루어진 거죠. 이처럼 새로운 니즈와 트렌드가 싹 트고, 예상치 못한 기회가 펼쳐지는 도쿄로 오늘도 함께 호핑해 볼까요?
[브랜드] 일본에서 유니클로보다 매장이 더 많은 중고 편집숍?
지난 2025년 4월, 일본 최대 중고 편집숍 ‘세컨드 스트리트(2nd STREET)’가 매장 수 1천 개를 돌파했어요. 일본 전역에만 약 900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이는 2025년 8월 말 기준, 794개인 일본 내 유니클로 매장 수보다도 많은 수치예요. 1996년, 일본 가가와현의 소도시 다카마쓰시에서 시작한 작은 중고 편집숍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세컨드 스트리트가 전국적, 전 세계적으로 입지를 넓힐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큼 많은 고객들을 유치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하드코어 중고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중고 초보자들까지 포섭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 첫 걸음은 매장의 인상에서 알 수 있어요.
세컨드 스트리트는 중고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편하게 구경하고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밝고 깔끔한 매장 분위기를 유지해요. 제품을 스타일별, 브랜드별로 정리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매장 관리, 서비스 등에 표준화된 메뉴얼을 적용하죠. 중고품을 쇼핑하는 환경을 ‘일반적인’ 쇼핑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로 인식시키는 거예요. 다른 중고 편집숍들이 중고 쇼핑을 마치 보물찾기 하듯 ‘특별한’ 경험으로 만드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에요.
이런 초보자 중심적인 사고 방식은 세컨드 스트리트를 내 물건을 ‘팔고 싶은 가게’로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어요. 중고 편집숍은 판매하는 제품이 중고품인 만큼, 좋은 제품을 매입하는 것 또한 경쟁력인데요. 세컨드 스트리트에 제품을 파는 고객들은 대부분 1년에 1~3회 정도 판매하는 개인인 경우가 많아요. 자주 혹은 전문적으로 중고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개인들이 편하게 와서 제품을 팔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유지하는 거예요. 깨끗한 매장, 환영하는 분위기, 친절한 직원 등은 개인 고객들의 재판매율을 높여요.
한편 세컨드 스트리트는 다양한 매장 형태로 더 넓은 폭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유치해요. 세컨드 스트리트 매장의 약 60%는 의류, 가전제품, 유아용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토탈 리유즈’ 매장인데요. 이 밖에 더 큰 규모의 ‘풀 스펙 리유즈’에 더해 패션, 명품, 인테리어, 악기, 아웃도어 등 각 분야에 특화된 매장들까지 총 9가지 유형의 매장이 있어요. 무엇이든 중고 제품을 팔고자 혹은 사고자하면 세컨드 스트리트를 먼저 떠올리도록 매장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거예요.
수많은 세컨드 스트리트 매장들 중에는 개성이 드러나는 매장들도 있어요. ‘컨셉 숍’이라 불리는 도심에 위치한 매장들은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특정 고객을 타깃팅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하라주쿠 컨셉 숍은 스트리트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 고객들을, 에비수 지점은 올드머니 패션을 지향하는 30대를 타깃하는 식이죠. 그리고 타깃에 맞춰 상품 종류, 브랜드 구성, 가격대를 좁히고 관리해요. 전국의 매장을 운영하는 데에 매뉴얼을 우선시하지만, 동시에 동네 특성이 두드러지는 곳에서는 매장의 개성을 드러내 경쟁력을 갖추는 거예요.
세컨드 스트리트는 개성 강한 중고 편집숍을 표준화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중고 편집숍에서만 가능한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어요. 덕분에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인 중고 제품 쇼핑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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