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까지 키링으로 만든다고? 키링 유행이 끝나지 않을 이유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9월은 미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달이에요. 그만큼 곧 세상에 나올 아기들의 이름을 고민 중인 부모들이 많은 시기이기도 한데요. 이런 부모들을 위해 미국의 식료품 마트 알디(ALDI)가 SNS에서 아기들의 ‘미들 네임’을 제안했어요. 미들 네임은 미국이나 유럽 문화권에서 성과 이름 사이에 들어가는 이름으로, 보통 가족, 친지 혹은 존경하는 인물 등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번에 알디가 제안한 이름들은 어쩐지 알디의 식품 코너를 연상케 해요.
‘크러스토퍼’, ‘비플린’, ‘크루아산드라’, ‘랜차드’, ‘살사베스’, ‘베이글튼’… 음식 이름에서 기인한 이름들을 각 음식 사진과 함께 제안해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잊지 않았죠. 제법 뻔뻔하게도 꽤나 매력적인 이름들이라는 농담과 함께요. 웃음이 새어 나오는 제안에 알디의 팬들은 저마다 댓글로 의견을 달았는데요. 그 중에는 ‘베이컨라드(Baconrad)’, ‘아몬딘(Almondean)’ 등 아이디어를 더하는 내용도 있었어요.
이처럼 알디는 친근하고 일상적인 음식의 이름을 딴 신생아 미들 네임 짓기를 통해 소비자들의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과 브랜드를 유쾌한 방식으로 연결했어요.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고급 식료품 마켓이 아니라, 생활밀착형 식료품 매장으로서 고객들이 공감할 만한 유머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거죠.
실제로 알디는 식료품 마트 중에서도 판매하는 상품의 약 90%가 PB 상품일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유명해요. 뉴욕에서도 맨해튼 중심부보다는 할렘이 위치한 어퍼 맨해튼이나, 브롱스, 퀸즈, 브루클린 등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매장을 운영 중이죠. 이 동네의 뉴요커들도 알디의 위트에 웃음이 났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번 주, 뉴욕에서는 또 어떤 재미들이 고객들을 웃게 만들었을까요? 유머에도 크리에이티브가 가득한 도시, 뉴욕으로 호핑해 보아요!
📍트렌드: 취하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뉴욕 최초의 무주류 축제!
📍브랜드: Y2K 맛 아이스 티? 브랜드를 확장하는 공감각적인 방법
📍디자인: 이것까지 키링으로 만든다고? 키링 유행이 끝나지 않을 이유
[트렌드] 취하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뉴욕 최초의 무주류 축제!
지난 9월 27일 토요일, 첼시에서 뉴욕 최초의 논알코올 축제, ‘드링크스 위드 베네핏츠(Drinks with benefits)’가 열렸어요. 논알코올 시장은 특히 MZ들을 중심으로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중이죠. 술 없이도 음주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류 시장의 중요한 축이되었는데요. 이제는 트렌드를 넘어 축제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로서도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럼 이번 드링크스 위드 베네핏츠 축제에는 어떤 콘텐츠들이 있었을까요? 주류 축제 못지 않은 경험, 여기에 더해 주류 축제에서는 보지 못했던 구성까지, 무주류 축제만의 다채로운 요소들이 펼쳐졌어요. 먼저 논알코올 축제답게, 60개가 넘는 무알코올 브랜드가 모여 ‘테이스팅 갤러리’를 운영했죠. 엘릭서(Elixir)*, 무알코올 스파클링 주류 등 다양한 논알코올 음료들을 시음하고 탐험하는 섹션이었어요.
*엘릭서: 건강상 효능이 있는 허브 등을 함유하고 있는 음료수
‘믹솔로지 랩’에서는 유명 전문가들과 함께 논알코올 주류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오마카세 푸드홀’에서는 건강한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오마카세 스타일로 음식을 내어주었고요. 당연히 무알코올 주류들과 페어링이 훌륭한 음식들이었죠. 보헤미안 풍의 ‘드링크 리듬 라운지’에서는 엄선된 무알코올 음료와 유명 DJ들의 공연이 어우러져 파티에 흥을 더했어요.
여기까지는 보통의 주류 축제에서도 기대할 만한 것들이에요. 반면 기존 알코올이 있는 축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키워드들도 눈에 띄었어요. 대표적인 게 바로 ‘명상 텐트’. 뉴욕의 유명한 웰니스 스튜디오인 ‘세이지 앤 사운드(Sage&Sound)’가 제작한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고요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죠. 축제의 활기찬 에너지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거예요.
논알코올, 웰빙 분야, 호스피탤리티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시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심지어 맘에 드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서프 데이팅 VIP’ 섹션도 있었어요.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면서, 동시에 건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긍정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았죠. 취기가 가득한 축제라면 예상되는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어 시도하기 어려운 경험들이에요.
논알코올 축제는 이제 알코올이 있는 축제의 대체재가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거듭나고 있어요. 논알코올 축제만의 공식을 써 내려가면서요. 앞으로 뉴욕에서는 또 어떤 건강한 바이브의 축제들이 펼쳐지게 될까요?
[브랜드] Y2K 맛 아이스 티? 브랜드를 확장하는 공감각적인 방법
2025년 9월 25일 뉴스레터에서 미국 식품 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이 진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었어요. 수프에 맥주를 넣고, 탄산음료 맛 젤리를 만드는 등 상상을 깨는 조합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한편 이런 트렌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일부 마케팅 전문가들은 브랜드들이 단순히 ‘서프라이즈’를 목적으로 한 협업에 치중하면서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파격적인 협업이 브랜드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단기적으로는 반응을 유도하되,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지지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죠.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예상하지 못한 만남으로 놀라움을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확장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미국의 유기농 아이스 티 브랜드 ‘세인트 제임스 아이스 티(Saint James Iced Tea, 이하 세인트 제임스)’예요. 세인트 제임스는 클래식 레몬, 블러드 오렌지 & 히비스커스, 파인애플 & 망고 등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맛의 유기농 아이스 티를 만드는 브랜드예요.
세인트 제임스가 지난 9월 22일,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는데요. Y2K 패션의 아이콘, ‘쥬시 꾸뛰르(Juicy Couture)’와 함께 한정판 아이스 티인 ‘쥬시 피치(Juicy Peach)’를 출시한 거예요. 아쌈 홍차에 복숭아 맛을 더한 아이스 티로, 주시 쿠튀르의 트레이드 마크인 영국풍 폰트와 벨루어 트랙수트를 상기시키는 패키지 디자인이 향수를 자극해요.
사실 제품만 놓고 보면 복숭아 맛 아이스 티예요. 대단히 새로울 게 없는 맛이죠. 하지만 여기에 Y2K의 상징인 쥬시 꾸뛰르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2000년대 초반의 미학이 세인트 제임스에 덧입혀져요. 특히 신제품 출시를 알리기 위해 진행된 ‘핑크 워싱 캠페인’에서 패션 인플루언서인 ‘애쉬틴 얼(Ashtin Earl)’이 쥬시 꾸뛰르 옷을 입고 쥬시 피치를 들고 등장해 제품의 이미지가 더욱 공고해졌죠.
이번 컬래버레이션에서 서프라이즈는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장치일 뿐이에요. 주인공은 제품 혹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미지화해 전달하는 방식이었죠. 이처럼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다면, 연관성 없어 보이는 브랜드들의 컬래버레이션은 앞으로도 브랜드의 희석이 아니라 브랜드의 확장으로 이어질 거예요.
[디자인] 이것까지 키링으로 만든다고? 키링 유행이 끝나지 않을 이유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바뀌어도 ‘백꾸’ 유행이 사그라들 줄 몰라요. 인형 키링, 스트랩 등으로 가방을 꾸미는 백꾸는 국적을 막론한 범세계적 유행인데요. 잊을만 하면 새로운 트렌드 세터가 등장해 백꾸 열풍을 이어나가죠.
이에 백참(Bag charm)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브랜드들도 백참을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카메라, 데킬라, 심지어 스리라차 소스까지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키링이 등장하고 있죠. 그렇다고 그저 유행이니까, 남들도 다 하니까, 미니 버전을 출시하는 단순한 의도는 아니에요. 백꾸족들의 가방에 기꺼이 자리 한 켠을 차지할 브랜드들의 의도를 알아볼까요?
1️⃣ 코닥 차메라 (Kodak Charmera)
필름 카메라의 대명사, ‘코닥’은 이름 두 글자만으로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요. 그런 코닥이 2025년 9월, 1987년에 출시했던 코닥 최초의 일회용 카메라 ‘플링(Fling)’에서 영감을 받은 카메라를 선보였어요. 백참의 ‘참(Charm)’과 ‘카메라’를 조합한 ‘코닥 차메라’예요.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가방에 백참으로 달고 다닐 수 있는 미니 사이즈인데요. 레트로한 7가지 디자인 중 하나를 랜덤으로 발송하는 미스터리 박스 형식으로 판매해 뽑기의 즐거움과 시간 여행의 설렘을 더했어요.
2️⃣ 818 미니 백참 (818 mini bag charm)
요즘 가장 핫한 주류 브랜드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있어요. 미국의 모델이자 셀럽인 켄달 제너가 설립한 ‘818’이에요. Z세대를 타깃한 힙한 데킬라 브랜드인 818은 8월 18일을 ‘818데이’로 지정하며 ‘818 미니 백참’의 출시를 알렸어요. 818 미니 백참은 50ml짜리 병에 818 데킬라를 담은 키링이에요. 술집이나 리쿼샵에서나 볼 수 있는 데킬라를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해 브랜드가 노출되는 맥락과 방식을 바꿔놨죠.
3️⃣ 스리라차투고 스리라차 키 체인 (Sriracha2go sriracha key chain)
‘스리라차 소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핫소스 중 하나예요. 신맛이 덜하고 화끈하게 매운 맛이 특징인 스리라차 소스는 웬만한 음식과 다 잘 어울려요. 범용성이 무기인 만큼, 마니아 층도 두터운데요. 그중 하나였던 뉴욕의 ‘스리라차투고’ 팀은 언제, 어디서든 스리라차 소스를 음식에 뿌려 먹고 싶은 마음을 담아 스리라차 키 체인을 제작했어요. 스리라차 소스를 만드는 ‘후이 퐁 푸즈(Huy Fong Foods)’로부터 최초이자 독점적으로 스리라차 키링 라이선스를 획득했죠. 스리라차 소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요?
뜬금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뜬금있었던 백참들. 이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건, 백참의 가방 꾸미기 기능이 아니라 ‘휴대성’이었어요. 보통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만 쓰이던 제품을 백참으로 제작하면, 제품이 사용되는 맥락과 브랜드가 노출되는 환경이 바뀌어요. 그 브랜드와 제품을 더 일상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백참의 본질적 특성 덕분에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더 많은 브랜드들이 백참을 만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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