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액체로 만든 마스크팩, 사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시티호퍼스 뉴욕 마스터예요.
9월 12일부터 21일까지 단 10일 간, 뉴욕의 ‘키스 트리츠(Kith Treats)’ 매장에서 ‘기념비적인’ 아이스크림 메뉴를 판매 중이에요. 키스 트리츠는 잘 알다시피, 뉴욕의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키스(Kith)’가 운영하는 시리얼 바인데요. 고객이 선택한 시리얼을 함께 갈아주는 아이스크림이 시그니처 메뉴예요.
키스 앞에는 늘 ‘컬래버레이션 장인’, ‘죽은 브랜드도 협업으로 살려내는 브랜드’ 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어요. 이건 비단 패션 브랜드 키스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에요. 키스 트리츠도 부지런히 모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고 있어요. 이번 기간 한정 아이스크림 메뉴 또한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했죠. 그런데 어떤 협업이길래, ‘기념비적’이라고 한 걸까요?
먼저 맛부터 혁신적이에요. 이번 협업으로 2가지 맛을 개발했는데요. 하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짭짤한 파스트라미로 시즈닝한 호밀빵 크루통, 새콤한 겨자씨와 피클 등을 곁들인 ‘딜럭스(The Dilluxe)’예요. 또 하나는 ‘라트케(The Latke)*’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사워크림, 양파칩, 애플 소스, 미니 라트케 등이 들어가요.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복합적인 풍미와 식감으로 신선한 미각적 경험을 구현했어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뉴욕의 모습과 닮은 듯 하죠.
*라트케: 유대인들이 먹는 감자 부침
그런데 맛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바로 이번 협업의 파트너가 137년 전통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명물, ‘카츠 델리카테슨(Katz's Delicatessen, 이하 카츠)’이라는 점이에요. 기간한정 메뉴 모두 카츠의 클래식한 메뉴를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한 것들이죠. 카츠는 1888년, 맨해튼의 휴스턴 스트리트에 문을 연 이래 동네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왔어요. 뉴욕의 전통과 트렌드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들이 만났으니, 기념비적이라 할만 해요.
사실 키스 트리츠가 뉴욕의 유서 깊은 F&B 브랜드들과 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키스 트리츠는 2020년부터 ‘헤리티지 프로그램(Heritage Program)’을 운영해 왔는데요. ‘시그니처 메뉴’와 ‘지역 사회에 수십 년 이상 뿌리 내린 창업 스토리’가 있는 지역 레스토랑들을 기리는 프로그램이에요. 컬래버레이션의 장인답게 헤리티지 프로그램에 선정된 음식점들과 협업을 통해 그 역사를 조명하죠. 과거에는 ‘르뱅 베이커리’, ‘릴리하 베이커리’, ‘로이드 캐롯 케이크’ 등과 함께 했어요. 카츠와의 협업 또한 헤리티지 프로그램의 일환이었고요.
이처럼 뉴욕은 헤리티지마저 힙해지고, 힙한 브랜드도 헤리티지를 존중하는 도시예요. 그 결과 뉴욕의 색을 닮은, 뉴욕에서만 가능한 풍경들이 펼쳐지죠. 이번 주 뉴욕에서는 또 어떤 크리에이티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 그 현장을 만나러 함께 뉴욕으로 호핑해 봐요!
📍트렌드: Z세대의 ‘조용한 위장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브랜드: 죽음의 액체로 만든 마스크팩, 사시겠습니까?
📍디자인: ‘파우치’ 형태의 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를 대체할 수 있을까?
[트렌드] Z세대의 ‘조용한 위장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직장에서 얼마나 자신을 드러내고 있나요? 대부분 회사에서 어느 정도 본 모습을 감추고 지낼 거예요. 섣부른 판단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개인적 특성을 최소한으로 드러내는 거죠. 적정 수준의 ‘커버링(Covering)’은 사회적 맥락에서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는 ‘조용한 커버링(Quiet covering)’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해요. 회사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승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조용히 감추는 경향이 생긴 거예요.
인재 개발 솔루션 회사인 Attensi가 다양한 업종과 연령대의 회사원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조용한 커버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어요. 응답자의 58%가 상대방의 판단을 피하기 위해 지식이나 역량의 공백을 숨기고 있었고,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해하는 척한다고 답했어요. 심지어 40%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죠.
Z세대 직원일 수록 그 경향이 더욱 짙어지는데요. 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자신의 모습을 숨길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HR 전문회사 Hu-X가 발행한 <직장에서 숨겨진 것: 오늘날 직장에서 커버링의 인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이 직업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정신 건강 문제, 자기 관리 습관, 과거 경험을 숨긴다고 해요.
요즘 SNS에서 밈(Meme)화 되고 있는 ‘Z세대 시선(Gen Z stare)’ 또한 조용한 커버링의 일부라는 의견도 있어요. 직장 내 규범에 대한 자기 방어적인 반응이라는 거죠. 겉보기에는 무관심해 보이는 이 반응이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이고 계산된 자기 방어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해석이에요. 즉, Z세대가 무례하거나 숨기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커리어적 성공과 직장 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문제는 이런 조용한 커버링이 단순한 불편함 이상이라는 점이에요. 현재에 충실하고, 온전히 참여하는 대신, 조직 내 시선이나 인식을 관리하는 데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조용한 커버링은 번아웃, 스트레스, 단절감 등을 유발해 개인의 웰빙을 해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장에도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해요.
Hu-X의 창업자 티아 카츠(Tia Katz)는 회사들이 Z세대의 조용한 커버링을 저항이 아닌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해요. 조용한 커버링을 비난할 게 아니라, 선입견이나 편견 없는 조직 문화에 대한 필요성을 상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죠. 애초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보는 일이 사라진다면, 조용한 커버링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브랜드] 죽음의 액체로 만든 마스크팩, 사시겠습니까?
브랜드의 SNS 계정에 달린 악플들을 가사로 만들어 헤비 메탈 음반을 내고, ‘영혼 매매 계약서’라는 이름으로 멤버십 가입 및 뉴스레터 구독을 받아요. 브랜드 메인 컬러는 어둠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로고는 해골을 모티브로 활용하죠. 다소 파격적인 컨셉의 이 브랜드의 이름은 ‘리퀴드 데스(Liquid Death)’예요.
그런데 그 정체가 반전미 넘쳐요. 죽음의 액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이 브랜드는 ‘생수’ 브랜드거든요. 심지어 맑기로 소문난 알프스 산맥에 흐르는 청정수를 판매하죠. 리퀴드 데스는 ‘가장 지루한 제품을 가장 재밌는 방법으로’ 판매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마니아적 팬심이 있는 메탈, 펑크의 이미지를 물에 입혔죠.
리퀴드 데스는 그간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컬래버레이션도 급진적인 사례들이 많았어요. 마사 스튜어트와 함께 잘린 손이 리퀴드 데스 생수를 쥐고 있는 모양의 캔들을 출시한다든지, 전설적인 스케이트 보드 선수 토니 호크의 피를 뽑아 빨간 페인트와 섞어 한정판 스케이트 보드를 제작하는 식이었죠.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끄는 힘이 있는 결과들이었어요.
브랜드 론칭 초기, 리퀴드 데스는 강렬함으로 브랜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했어요. 반면 최근의 컬래버레이션에서는 예상 외의 신선함은 기본, 순간적인 임팩트보다 브랜드의 확장에 대한 고민이 엿보여요. 브랜드 이미지를 레버리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리퀴드 데스의 제품력, 브랜드 철학 등이 협업의 결과물에 반영되었거든요.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 8월, ‘ESW 뷰티’와 함께 발매한 페이스 마스크 컬렉션이에요. 마스크 팩의 패키지를 리퀴드 데스의 캔 디자인을 본 떠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리퀴드 데스가 청정한 생수 브랜드인 것에 착안해 ‘수분감’에 집중한 유효 성분을 포함시켰죠. 마시는 물을 판매하던 리퀴드 데스가 피부에도 수분을 공급하기 시작한 거예요. 게다가 환경 보호에 진심이었던 리퀴드 데스의 브랜드 철학을 반영해, 시트 마스크도 퇴비화가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어요.
비누 브랜드인 ‘닥터 스쿼치’와는 ‘사이코를 위한 비누’를 개발했어요. 상품 이름은 거칠지만, 실상은 알고 보면 유해 성분 없이 98~100% 천연 원료로 만든 비누들이에요. 향도 리퀴드 데스의 아이스 티, 탄산수 등의 맛에 착안해 우디하고 상쾌한 향이 주를 이루죠. 성분 좋은 물을 판매하는 리퀴드 데스의 브랜드 가치와 맞닿아 있는 컬래버레이션이었어요.
리퀴드 데스는 메탈과 펑크의 탈을 썼지만 브랜드의 근간인 제품은 청정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반대할 만큼 자연 보호에도 진심이에요. 이런 브랜드 가치를 고려할 때, 스킨 케어, 퍼스널 케어 영역으로의 확장은 자연스러워요. 브랜드의 본질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리퀴드 데스다운 과감하고 기발한 발상을 이어 나가고 있기에 앞으로 더 두터운 팬심이 쌓이지 않을까요?
[디자인] ‘파우치’ 형태의 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제 카페인을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 음료가 아니라 보다 ‘간편하게’ 섭취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뉴욕에서는 이미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었어요. 지난 2025년 6월, 신생 에너지 브랜드 ‘윕(Wip)’이 입술과 잇몸 사이에 쏙 넣는 ‘파우치’ 형태로 카페인 제품을 출시했거든요. 맛도 민트, 사워 체리, 오렌지 시트러스, 딸기 키위 등과 같이 달콤한 맛으로 개발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파우치 형태의 카페인을 개발하게 된 걸까요? 그 아이디어의 시작은 니코틴 파우치였어요. 미국에서는 2세대 담배로 파우치 형태의 니코틴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니코틴 파우치는 윕과 마찬가지로 입술과 잇몸 사이에 끼워서 사용하는 파우치 형태인데요. 일반 담배와 달리 연기가 나지 않아 주변인들에게 간접 흡연이나 냄새 등의 피해가 없고, 사용 방법도 간편해 시장 반응이 좋죠.
윕의 회장이자 주요 주주인 데이비드 시나몬(David Cynamon)은 파우치 형태를 카페인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카페인 파우치의 경우 니코틴 파우치와 상황이 조금 달라요. 니코틴 파우치는 담배에 비해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카페인 파우치는 사람들이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대신 선택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죠. 그렇다면 윕은 어떻게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개척하고 있을까요?
윕은 카페인 파우치의 장점으로 ‘3C’를 내세워요. 자신감(Confidence), 편의성(Convenience), 그리고 비용(Cost). 여기에서 말하는 자신감이란, 제품의 품질을 의미하는데요. 윕에는 비유전자 변형(Non-GMO) 녹색 커피콩에서 추출한 천연 카페인, 에너지 대사와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비타민B, 혈당을 낮추는 데에 도움을 주는 크롬이 함유되어 있어요. 캔이나 컵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파우치를 한 입에 쏙 넣으면 끝이라 사용하기에 더 편리하고, 가격도 파우치 1개당 약 53센트(약 742원)로 저렴하고요.
패키지 디자인도 달라진 제품의 형태를 뒷받침해요.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의 폰트, 활기찬 네온 톤과 메탈릭 실버는 모두 의도된 요소들이죠. 마치 스포츠 브랜드처럼 브랜딩하는 윕은 실제로 운동 마니아들이나 운동선수들을 타깃하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무겁고 큰 에너지 드링크를 매번 들고 다니며 마셔야 하는 번거로움을 윕이 해소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신생 브랜드일 수록 대중이 아니라 오히려 좁지만 뾰족한 고객층을 타깃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윕은 운동인들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이내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 운동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 등 더 넓은 고객층에게 소구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윕은 과연 앞으로 카페인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까요? 일단 거시적 관점에서 카페인 시장의 전망은 양호해요. 시장조사 회사 민텔(Mintel)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에너지 드링크 판매량은 무려 73%가 증가했어요. 전 세계 카페인 시장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5%의 CAGR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죠. 소비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카페인 섭취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면, 윕은 상당한 규모의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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